빛의 건축가 :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건축에 진정한 창조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의 건축은 매우 뛰어나며 독창적이다. 오늘날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 그만의 독특한 창조적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건축물이 우리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건축물들을 설계했으며 그의 건축물은 건축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물,빛,콘크리트를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자연적 요소인 물과 빛을 통해 건축과 자연의 대비와 조화를 표현하려 하였다. 그는 또 재료인 콘크리트로 절제된 표현과 자연과 대비되는 모더니즘적인 건물을 세웠는데 이러한 콘크리트 건물과 자연적요소의 만남은 시각적으로 절제된 아름다움과 더 나아가 경외감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안도 다다오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빛의 교회
안도다다오는 빛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그는 빛을 건축물의 요소로 사용하였는데 그 특징은 일본의 이바라키가스가오카라는 교회에서 잘 나타난다. 이 교회는 그 이름보다는 안도다다오의 ‘빛의교회’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교회는 평범한 주택가 안에 지어졌지만 그 아름다움과 경건함은 이로 말 할 수 없다. 안도 다다오를 대표하는 재료인 노출 콘크리트는 이 교회에 적용되었는데 이러한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교회의 예배당 제단 뒤쪽에는 십자가 형상의 콘크리트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으로 빛이 들어와 교회 내부에 빛으로 십자가를 만든다. 작은 틈으로 나오는 강한 빛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항상 자연과 공존하는 사람을 강조해왔던 안도 다다오 답게 빛이 만들어 내는 십자가 형상은 교회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경건하게 만들 정도로 신성한 느낌이다. 그는 빛은 다양한 성질과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고 했다. 빛에 의해 표현되는 음영의 효과를 중요시하여 흐르고 스미는 빛의 본래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 물의 교회
안도다다오의 수많은 작품과 마찬가지로, ‘물의 교회’ 건축물이 지니는 특별함은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로부터 나온다. 일본의 가장 추운 지역 최북단 훗카이도에 위치한 이 교회 건축은 산림에 둘러싸여 있고, 인근의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가 만든 얕은 인공 연못이 있다. 이곳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전혀 다른 곳으로 항상 변화하며, 계절, 물, 하늘, 나무 그리고 고요함과 한몸이 된다.
그는 물의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고 건축물의 독자성을 확보해주는 역할로 사용하기도 했다. 좀더 쉽게 얘기하자면 일본의 성 외곽에 있는 물은 건축물과 주변과의 대립적 양상이 두드러지는 데 반하여 안도의 물은 건축물과 주변 상황과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주로 얕은 물을 사용하고 조용히 흐르는 물을 구현시키며 건축적으로는 사용자가 목적하는 공간에 도달하기 전의 과정적 부분으로 건축물과 주변상황을 단속하는 역할을 한다.
: 스미요시 연립주택
1976년에 지은 첫번째 건축물인 스미요시가의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정면 두 칸과 측면 여덟 칸으로 구성된 매우 좁은 집이다. ‘스미요시 연립주택’의 사용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바람과 빛의 감촉,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양상을 즐길 수 있다. 1976년 일본 전통 목조주택 단지 안에 노출 콘크리트 박스를 끼워넣는다는 당시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무표정한 콘크리트의 파사드2와는 달리 내부에 중정을 두어 자연의 풍부한 모습 그대로를 받아드렸다. 하지만 스미요시 연립주택은 비가 오면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 우산을 쓰고 나가야 한다. 이것만 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이 집을 짓기 위해 건축주를 설득을 했다고 한다. 즉, 건축주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에어컨이 필요 없이 빛과 바람만으로 생활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집에서 안도는 빠듯한 공간을 창조적 정신과 결부시키면서 자연과 더불어 다양하게 변화하는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그는 이 주택을 설계하면서 도시의 좁은 공간 속에 풍요로움을 만들고자 하였다. 어쩌면 쓸모없는 공간을 모두 없애서 풍요로운 집을 짓는다는 것이 그를 주목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가의 횡포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현재 30년이 넘도록 그곳에는 아즈미 부부가 살고있다고 한다. 이는 건축 작품은 사용자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 명화의 정원
‘명화의 정원’은 교토의 키타야마 식물원에 인접한 지역에 지어진 것으로 빛과 바람, 물 등 자연과 접하면서 명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야외 미술관이다. 여느 미술관과는 다르게 밖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안도다다오의 생각인 '진행의 연속성'의 내용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러한 외부공간의 연속성이 건축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미술관의 옆을 보면 매표소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주위의 풍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모든 요소를 땅속에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정원은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식으로 되어 있고 그림의 조명은 햇빛이다. 이러한 공간 속에 다리, 테라스, 경사로가 겹겹이 구성되어 진입구를 통과하여 걷다 보면 어느새 지하층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명화의 정원은 컨셉부터가 굉장히 획기적이고 인상적이였다. 면과 선이 교차하거나 평행하거나 접하면서 명화의 정원 내부를 걷다보면 계속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되고 기하학적 형태를 눈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컨셉부터 형태까지 모든 것이 참신하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관을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한 안도다다오는 그의 능동성으로 자신만의 건축을 개척해 나갔다. 그는 스스로 건축과 사람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있었고,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 그의 건축물에 가치를 부여하였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는 어찌보면 자연과 가장 대비되는 건축자제이다. 그는 이러한 노출콘크리트를 자연과의 대립과 함께 조화롭게 풀어 나가기 위한 안도다다오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그의 건축물의 가치를 더욱 증대 시켰다.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획일적인 것에 익숙하며 사실상 교육과 모든 생활도 획일화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획일성은 효율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매우 우수하며 우리 삶에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획일성아래서 개인의 의견이나 표현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안도다다오의 건축에 대한 문제의식은 현대에서 특히 모순된 이런 상황들을 하나로 공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건축가란 사물과 인간을 끊임없이 통제하며 동시에 개개인의 풍요로움을 증진시켜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대 건축에서 안도다다오를 가장 주목하는 이유로 이런 획일적 시스템과 인간사이의 중간지점에 명확히 ’건축형식’을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건축을 할 때 매우 감각적이 되며 그와 동시에 사회와 자신과의 관계가 깊어져서 항상 문제의식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단순히 지식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그의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이 지금까지 만든 간소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 하나하나의 가치를 증대 시켜서 더욱 깊은 의미를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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